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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에서 다교과로 살아남기(3과목 운영)

Created
2025/01/16 04:16
Tags
#고등학교
정보
인공지능 기초
프로그래밍
중학교에서 정보 교사로만 근무하던 저는 작년에 고등학교로 새롭게 발령받아 적응과 배움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1학년 수업인 정보, 2학년 수업인 인공지능 기초프로그래밍(Python)을 각각 지도하며, 각 과목의 특성을 살려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과목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각 과목에서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세 과목의 수업을 운영하며 각 과목별로 어떻게 교육을 설계하고 수업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정보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학생 주도 정보 교육 설계]

정보

저희 학교의 1학년은 10학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집중 이수제에 따라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5학급씩 나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주당 3시간의 수업으로 운영되었으며,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9등급으로 세분화해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고려하면서도 공정하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데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평가 방식은 수행평가 50%와 지필고사 50%로 구성했으며, 학생들의 교과 흥미를 높이기 위해 수행평가 항목을 다양화했습니다. 평가를 다양화한 이유는 2학년과 3학년에서 학생들이 정보와 관련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수행평가는 정보 교과 독서, 파이썬 프로그래밍의 터틀 프로그램 제작, 기초 문법 학습 등으로 구성하여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성취를 반영한 생기부 작성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지필고사에서는 난이도를 조정하여 학생들의 성취도가 객관적으로 평가되고, 등급이 균형 있게 나뉠 수 있도록 신경썼습니다.

인공지능 기초

등급을 내지 않아도 됐던 인공지능 기초 수업은 조금은 더 자유롭게 100% 수행의 과정 중심 평가로 1년을 운영했습니다. 1학급만 운영되었던 인공지능 기초 과목은 주당 3시간 수업으로 진행되었으며, 평가 기준은 A, B, C로 나누어 절대 평가로 운영했습니다.
2학년 인공지능 기초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개별 과제를 수행해 제출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과제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독창적인 주제를 유도했으며, 예를 들어 나만의 챗봇 만들기나 기계 학습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부 기록을 작성하였으며, 학생마다 과제의 깊이와 완성도가 달랐기에 공정한 평가와 생기부 작성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프로그래밍(Python)

인공지능 기초와 마찬가지로 등급을 내지 않아도 됐던 프로그래밍(Python) 수업 역시 100% 수행 중심의 과정 중심 평가로 1년을 운영했습니다. 3학급만 운영된 이 과목은 1학기는 주당 3시간, 2학기는 주당 2시간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평가 기준은 A, B, C로 나뉜 절대 평가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프로그래밍(Python)은 2학년을 대상으로 한 과목으로, 1학년 정보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심화 학습을 구성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함수까지 배웠다고 했지만, 실제로 수업을 진행해 보니 리스트나 출력 등 기초적인 문법조차 기억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전체 학생의 약 99%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어, 수업 초반에는 기초 개념을 다시 복습하며 학생들의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의 선행 학습 수준을 고려해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실습 과제를 설계했으며, 적절한 난이도와 학습 속도를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특히, 기초와 심화 내용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학기에는 일부 학생들이 흥미를 잃고 학습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등급이 나오지 않는 평가 방식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부족해지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해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동기부여 방법과 수업 운영 전략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2학기에는 새로운 학습 전략을 구성해봤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피어 튜터링 방식을 활용하여 학생들 간 상호 학습을 유도했으며, 모든 학생이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여러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수업에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응용 문제를 설계하고 ChatGPT를 활용해 문제를 확장하거나 개선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 내용을 창의적으로 적용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더 나아가, ChatGPT가 제시한 답변에서 발생한 오류를 찾아 분석하는 "틀린 답변 찾기"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학습 내용을 더욱 깊이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모든 학생들이 성실히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의 필요성]

이제부터는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제가 운영했던 시간표를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의 고충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1학기에는 아래와 같이 3과목 15시수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루에 2개 과목, 많게는 다른 3개 과목을 진행해야 했으며, 모든 시간이 서로 다른 과목으로 채워진 날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매 수업마다 새로운 준비와 진행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인지 20시수 수업을 진행했던 중학교 생활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에서도 공강 시간은 대부분 수업 준비에 할애해야 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가 대학원 마지막 학년이었던 터라 저녁에는 대학원 수업과 논문 작성에 집중해야 했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수업 준비에 매진했습니다.
또한, 2학기에는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에 맞춰 교과에 적합한 생기부를 작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날이 많아졌고, 가족들조차 "중학교에서 일할 때보다 더 고생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할 정도로 늦은 퇴근이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수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저를 제외한 두 명의 든든한 학교 정보 교사, 프로그래밍 및 인공지능 관련 서적, 카페와 전공체였습니다.
두 동료 교사 분들은 실질적인 조언과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제공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3년 전부터 지역 정보 선생님들과 자율 연수를 통해 인공지능 관련 공부를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쌓은 지식과 자료들이 수업 준비에 큰 기반이 되었습니다. 또한, 컴과사 카페, 전공체, 그리고 관련 서적에서 얻은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수업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해 주신 선배, 동료, 후배 정보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매일 야근을 하며 수업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과 조언 덕분에 힘든 과정을 조금 더 수월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2025년도는?]

고등학교에서의 2024년도는 힘든 점도 많았지만, 중학교 생활과는 또 다른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컴퓨터 공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생 주도의 동아리 활동과 프로젝트 수업 결과가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의 큰 보람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도 동일한 과목인 1학년 정보 교과와, 2학년 프로그래밍(Python) 및 인공지능 기초 교과를 맡게 될 예정입니다. 특히 2학년 교과목은 지난 1년 동안 수업 준비를 통해 쌓아온 자료들을 기반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다만, 올해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고교 학점제와 함께 새롭게 도입되는 평가 방식에 대비하기 위해 방학 중 연수를 듣고 있지만 기존의 등급제와는 다른 평가 체계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과 이를 기반으로 한 보충 수업 운영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특히 2학년 선택 과목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