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디지털튜터,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1.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기기 관리
정보부 업무를 맡고 있는 나는 전교생 830명과 교직원 72명이 사용하는
수백 대의 태블릿과 크롬북, 노트북, 데스크톱을 관리해야 했다.
충전·보관·업데이트·계정 오류 등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생하는 요청을 처리하다 보면
수업 준비보다 기기 관리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곤 했다.
그때 디지털튜터 지원 사업 공문을 접했고,
“드디어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으로 신청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사업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2. 첫 도입의 낯설음, ‘교육청 선발’ 방식
첫해였기에 나는 ‘교육청 선발’ 방식을 선택했다.
교육청 공고—서류심사—교육청 면접—학교 최종 면접의 구조였지만, 아직 제도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탓인지 교육청 공고를 통한 우리 학교 지원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면접 과정에서도
“디지털튜터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거죠? 태블릿만 관리하면 되나요?”
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역할 자체가 생소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높고 성실한 분이어서 함께 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3. 주 15시간 이하로 제한된 근무 시간
디지털튜터는 지침상 주 15시간 초과 근무가 불가하다.
우리 학교는 튜터님의 사정으로 화·수·목 오전 근무가 확정되었고, 그 결과 오후에 이루어지는 수업·행사 지원은 아쉽게도 불가능했다.
자연스럽게 수업 보조 비중이 높은 초등학교와 달리, 입시 중심 수업이 이루어지는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지원보다 플랫폼·기기 인프라 관리가 핵심 역할이 되었다.
그럼에도 매일 오전 이루어지는 기기 점검과 기본 관리만으로도 학교의 디지털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4. 시간당 4만 원, 주 14시간의 근무 구조
— 그리고 약 3,000만 원 수준의 연간 예산
디지털튜터 급여는 시간당 4만 원이며, 우리 학교는 주 14시간 근무로 월 약 190만 원 수준이다.
이 사업이 학교 단위로 배정받는 예산은 인건비를 포함해 총 약 3천만 원 규모다.
즉, 단순히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
예산을 적절히 활용해 학교 디지털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운영 설계가 중요하다.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
•
태블릿 PC 점검 및 관리
•
홈페이지·LMS 등 계정 관리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
행사 지원을 위한 간단한 제작 업무
•
디지털 기기 활용 수업 및 프로젝트 활동 보조
특히 수업지원의 경우, 초등학교처럼 실시간 수업 보조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고등학교에서도 디지털 프로젝트 활동, 수행평가 촬영·편집, 플랫폼 기반 수업 운영 등에서
튜터의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경험 상 행사 운영이나 수업 흐름 조율과 같은 학교 운영 역량은 따로 요구되는 영역이어서,
기술적 지원 외의 업무에서는 교사의 지속적인 안내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이 경험을 통해 ‘학교 운영 역량’과 ‘디지털 기술 역량’은 서로 다른 능력의 축임을 느낄 수 있었다.
5. 복무·급여 관리까지 교사가 맡는 구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디지털튜터의 출근부 관리, 근무 시간 확인, 급여 산정을 담당 교사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
사업 취지는 “교사의 디지털 업무 경감”이지만, 행정·인사 관리 부담은 교사에게 다시 돌아오는 구조라 정책 의도와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연말에는 교육지원청 제출용 ‘디지털튜터 운영 결과보고서’와 정산서 작성까지 학교가 담당해야 한다.
첫 시행이라 이런 부분은 앞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6. 그럼에도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이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튜터가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는 학교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돌며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보관함, 태블릿PC 고장에 즉시 대응해야 했지만, 이제는 기본 점검을 튜터가 맡아주며 업무 흐름이 훨씬 안정적·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혼자 감당하던 일”이 “함께 나누는 일”이 되었다는 변화가 가장 컸다.
7. 마무리하며
디지털튜터 제도는 아직 운영 방식과 역할 범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고, 근무시간 제약도 크다.
또한 연간 약 3천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학교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연말 보고서·정산서 작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성과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혼자 떠안던 디지털 관리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기본적인 기기 점검만으로도 학교 운영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짐을 체감했다.
앞으로 제도가 어떤 형태로 변화하든 이번 경험은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학교 디지털 환경을 유지·관리하는 전문 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