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Work Trend Index 2025는 올해를 '프런티어 기업(Frontier Firm)'이 본격 탄생한 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프런티어 기업이란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하이브리드 팀을 이뤄 빠르게 성장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더 빠르게 가치를 만들어내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말합니다.
이번 변화는 산업혁명이나 인터넷의 등장처럼,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큰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계의 지능과 인간의 판단을 결합한 새로운 조직 청사진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이 보고서는 31개국 31,000명의 직장인 설문, 링크드인 노동시장 트렌드, 수조 건의 Microsoft 365 생산성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관리자 이상 응답자의 82%가 올해를 전략과 운영을 다시 생각해야 할 중요한 해라고 답했고, 81%는 앞으로 12~18개월 안에 AI 에이전트가 회사의 AI 전략에 깊숙이 들어올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어떤 세상으로 나가게 될까요?
1. 지능을 '수도꼭지 틀듯' 쓰는 시대
수십 년간 전문성과 판단력(지능)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귀중하면서도 한정된 자원이었습니다.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 비용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었죠. 하지만 이제 AI 덕분에 이런 능력을 풍부하고 저렴하게, 필요할 때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Intelligence on tap(구매 가능한 지능)'이라고 부르는데요.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 필요할 때마다 AI 지능을 꺼내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실의 격차: 생산성 압박 vs 에너지 부족
관리자의 53%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전 세계 직장인의 80%는 일을 제대로 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직원들은 회의·이메일·메시지 때문에 평균 2분마다 한 번씩 업무가 끊기며, 하루 동안 275번의 방해를 받는다고 합니다. 회의의 60%는 예정에 없던 즉석 회의이고, 회의가 시작되기 10분 전에는 파워포인트 편집이 평소보다 122% 급증한다고 합니다.
결국 직원의 절반 가까이(48%)와 관리자 절반 이상(52%)이 자신의 일이 복잡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AI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관리자의 82%는 앞으로 12~18개월 안에 AI를 활용해 팀의 업무 처리 능력을 확대할 거라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더 와닿습니다. 혼자서 AI 기반 인력 회사를 운영하는 한 창업가는 올해 20억 원 이상을 벌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학 기업 다우(Dow)는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잘못 청구된 비용을 찾아내게 했더니, 첫해에만 수십억 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 5명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 ICG는 건설 시뮬레이션부터 시장 조사까지 AI로 처리하면서 수익을 20%나 늘렸습니다.
교실에서의 의미
이게 학생들에게 뭘 의미할까요? 단순히 "ChatGPT 쓰는 법"을 아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를 AI에게 맡기고, 어떤 부분은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정보 수업에서 알고리즘 설계를 가르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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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할 수 있는 것: 기본 코드 구조 생성, 문법 오류 수정, 최적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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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해야 하는 것: 문제 정의와 알고리즘 논리 설계, AI 코드의 효율성과 정확성 평가, 다양한 테스트 케이스 검증
이런 구분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이 AI 시대의 핵심 역량이 아닐까 합니다.
2. 조직도가 워크 차트로
지금까지 기업들은 재무부, 마케팅부, 개발부처럼 기능별로 나뉜 전문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필요한 순간, AI를 통해 바로 그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적인 조직도는 '워크 차트(Work Chart)'로 바뀔 수 있습니다. 팀이 부서가 아니라 목표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역동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구조입니다.
이건 영화 제작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팀이 모였다가 일이 끝나면 흩어지는 거죠.
실제 사례: Supergood
Supergood은 AI 기반 광고 회사로, 수십 년간 축적된 전략적 광고 연구를 자사 AI 플랫폼에 통합했습니다. 이 플랫폼 덕분에 모든 직원이 전문가의 지식과 통찰을 즉시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더 수평적이고 빠르며 유연한 팀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R&D 팀이 기술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장성까지 고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사업팀은 단순한 영업을 넘어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에이전트 비율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깁니다. '사람 한 명이 AI 몇 개를 관리할 수 있을까? 반대로 AI 에이전트 10개를 운영하려면 사람이 몇 명 필요할까?' 같은 질문들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AI는 혼자 쓰는 것보다 팀이 함께 쓸 때 훨씬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점입니다. 하버드 연구를 보면 AI를 쓰는 한 개인은 AI 없는 팀보다 성과가 좋지만, 정말 최고 수준의 결과는 팀 전체가 AI를 활용할 때 나온다고 합니다.
교실에서 체험해 보는 AI 협업
AI협업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과 유사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AI를 '도구'가 아니라 '팀원'으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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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분은 AI에게 맡기고(예: 기본 코드 구조, 디자인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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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분은 사람이 해야 하는지(예: 사용자 요구사항 파악, 최종 디자인 결정) 구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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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코드를 팀원들이 함께 검토하며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짰을까?" 분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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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과물의 한계를 발견하고 팀원끼리 보완하기
3. 모든 직원이 에이전트 보스로
이제 일터에서 AI 에이전트가 점점 흔해지면서, 이를 다루고 이끄는 새로운 역할인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보스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일을 맡기며, 그 결과를 관리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 가는 사람입니다.
리더가 앞서가고 있다
보고서는 '에이전트 보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7가지 지표를 사용했습니다. 에이전트 친숙도, AI 사용 빈도, 중요한 업무에서 AI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AI를 사고 파트너로 쓰는지, AI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등을 평가했죠.
분석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관리자가 모든 지표에서 직원들보다 앞서 있었거든요. 관리자의 67%가 에이전트에 익숙하다고 답한 반면, 직원은 40%에 불과했습니다. 관리자의 79%는 AI가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가속화할 거라고 믿었지만, 직원은 67%만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역할의 등장
새로운 직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관리자의 28%는 사람과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혼합 팀을 이끌 'AI 인력 관리자' 채용을 고려하고 있고, 32%는 앞으로 12~18개월 안에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최적화할 'AI 에이전트 전문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관리자의 78%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AI 전문 인력 채용을 고려하고 있는데, 특히 AI 도입을 선도하는 '프런티어 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95%에 달합니다.
교실에서의 적용
학생들이 AI를 활용한 과제를 할 때 'AI 활용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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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AI 도구를 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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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어떤 지시를 했나요? (프롬프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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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답변 중 어떤 부분을 선택했고, 어떻게 수정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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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쓰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랐을까요?
이런 기록을 통해 학생들은 AI를 관리 가능한 도구로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학습 과정을 메타적으로 성찰할 수 있습니다.
4. 윤리와 책임의 문제
경제학자이자 AI 전문가인 Daniel Susskind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기계보다 사람과 함께할 때 더 나은 결과가 나오고, 인간적인 관계를 향한 우리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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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에서 AI는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지만, 인간 배차 담당자는 현장의 돌발 상황을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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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서 AI는 위험을 계산하지만, 고객은 중요한 결정을 도와줄 믿을 만한 인간 상담사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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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변호사는 AI로 판례를 요약하지만, 중요한 협상에는 인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교실에서 던지는 질문들
교실에서는 이런 윤리적 질문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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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글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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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틀린 정보를 줬는데 확인하지 않고 사용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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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특정 집단에 대해 편향된 답변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AI 시대의 핵심 교육이 될 것입니다.
5. 교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미 관리자의 47%는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동안 직원 교육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51%의 관리자는 AI 관련 학습이 앞으로 5년 안에 팀의 핵심 역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링크드인(LinkedIn)은 'AI 이해력(AI 리터러시)'을 2025년에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갈등 조정, 적응력,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힘 같은 인간만의 능력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산업 현장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면, 교육 현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보교과 교사로서 우리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습니다.
1) AI 리터러시를 실습 중심으로 가르치기
AI의 작동 원리를 설명만 하지 말고, 학생들이 직접 같은 과제를 AI 없이/AI와 함께 해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알고리즘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고, 그다음 AI에게 같은 문제를 주면 어떻게 푸는지 비교해보자"는 식이죠. 그러면 AI의 강점과 한계를 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2)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 제시하기
"AI가 만든 코드에 보안 취약점이 있는데 모르고 제출했다면?", "AI가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해서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결과를 냈다면?" 같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고 토론하게 합니다.
3) AI 역할 분담이 있는 팀 프로젝트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라면 "기획서는 사람이, 초안 코드는 AI가, 디버깅과 최종 수정은 팀이 함께" 이런 식으로 명확히 역할을 나눠보게 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후 "AI가 한 부분 vs 사람이 한 부분"을 구분해서 발표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AI 협업 경험이 쌓입니다.
교육은 사회와 함께 변한다
학교가 기업의 변화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는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겠지요. 결국 중요한 것은 AI 기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어디까지 신뢰할지, 그리고 최종 결정을 누가 내릴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니까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함께 고민한다면, 그것이 바로 AI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Microsoft Work Trend Index 2025: The Year the Frontier Firm is Bor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