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쌤의 중학교 일화
안녕하세요! 중학교 담임 교사로 살아남기에서 실패한 팝콘쌤입니다. 저는 처음에 1학기 정도를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교사라는 직업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는데요. 아마, 괜찮은 학생들이 있는 고등학교에서 비담임으로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들었던 경솔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경기도에 있는 중학교로 발령이 나고 서울로 재임용을 보면서 서울 중학교에 있다가 서울 과학고로 이동하였습니다. 제 글은 중학교 담임 교사를 하며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에 대한 내용입니다. 공감이 되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경력 교사의 좌충우돌 중학교 적응기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학교 담임교사로서 느꼈던 교실의 모습
중학교 일화
<일화 1: 학생과 함께 등교하게 된 사연>
경기도에 있는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처음 발령 받은 중학교에서 부푼 마음을 안고 아침 조회를 들어갔는데요. 한 아이가 계속 등교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는 물론, 학부모와도 전화가 잘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oo중학교 맞으신가요? ooo 학생이 차량 속 물건을 절도했어요.”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이유를 경찰관께 듣게 되어 새로웠습니다. 이후, 학생을 절도하는 곳에서 잡아 학교에 같이 등교한 적도 있습니다.
항상 범죄에 노출되었던 학생
<일화 2: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긴장감과 책임감 가지기>
서울로 학교를 옮긴 뒤 있었던 일입니다. 방학을 하루 앞둔 날, 한 학생이 눈을 감싸 쥐고 교무실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교실에서 친구들이 종이로 만든 공을 던지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눈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학생을 보건실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한 뒤, 어머님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귀가 조치했습니다.
다음 날, 학생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어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그날 오후 눈을 다친 학생의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맞은 종이 공의 생김새, 날카로운 정도, 재질 등에 대해 물으셨지만, 당시 저로서는 공의 상태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해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방학 중인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상황을 정확히 확인했고, 장난 과정에서의 사실 관계와 학교 폭력 여부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장난을 쳤던 학생들의 어머님들께서 눈을 다친 학생의 어머님께 직접 사과 전화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다친 학생의 어머님께서도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며 마음을 조금 놓으셨습니다.
민원에 시달리는 담임 교사의 모습
<일화 3: 책임감을 가지고 학급을 이끈 반장>
마지막으로 중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반장을 뽑았는데, 그 친구는 학교 스마트 알림 시스템인 '이알리미'에 올라온 내용을 꼼꼼히 숙지하고, 조례와 종례 시간마다 제가 놓친 부분까지도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밝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서 몰랐지만, 알고 보니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을 살뜰히 챙기며 반 친구들 모두가 소외되지 않도록 늘 배려하는 아이였죠. 그 아이 덕분인지, 반 전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특별히 생활 지도를 할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힘든 시기가 지나면 분명 좋은 시기가 온다"는 말처럼, 그 반은 저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따뜻한 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중학교 교사로서 느꼈던 감정
저는 섬세하고 사소한 일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이들의 방황, 교실 내 갈등, 학부모 민원 등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곤 했습니다. 지금은 담임이 아닌 교사로 근무하며, 오롯이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는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가장 크게 느낀 어려움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교육 환경이었습니다. 친구를 때리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있어도, 교사로서 이를 제지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려운 현실은 점점 교사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좀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저처럼 중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과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교사들이 교육에 환멸을 느끼지 않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펭귄쌤의 중학교 여정
안녕하세요. 배턴을 이어받아 글을 쓰게 된 펭귄쌤입니다. 저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5년 만기로 근무한 다음 같은 시의 한 고등학교로 옮겨 교직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고교학점제 때문에 많은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중학교로 내려가는 걸 고민중이실 텐데요. 정보 교과는 중학교 시수가 늘어나 호재도 많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학교로 내려갈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제 경험을 살려 글을 적어볼게요.
중학교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간다
고등학교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중학교 담임 교사가 손이 더 많이 갑니다. 사실 고등학생들은 사소한 일에 대해서 담임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는데요. 중학생들은 사소한 감정 다툼을 벌일 때 담임 교사를 이용,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만들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로우킥을 맞았다고 해서 조사를 했더니 실제로는 여학생이 자꾸 때리니까 남학생이 딱 한 번 반격했을 뿐이라거나, 학부모한테 사안이 들어와서 조사했더니 쌍방 사건이었다와 같은 일이 매우매우 흔합니다.
중학교 1학년은 초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부탁하는 것처럼, 약 먹는 것 좀 챙겨달라는 전화가 걸려오는 일도 흔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신다면, 확실히 ‘중학교 생활 지도는 할 게 많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거에요.
성 관련 사안이 터지지 않길 빈다
코로나19 이후로 중학교 담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물리적인 구타나 괴롭힘은 예전보다 줄어들었거나 겉으로 보이지 않은 반면, 학생들의 정신적 문제는 훨씬 커졌다는 것인데요. 그 중에서 성 관련 사안이 터졌을 때 가장 많은 문제가 벌어지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순 없지만, 딥페이크, 학생이 나오는 성적 영상, 여러 학생간의 복잡한 관계 등 한 번 상황이 터지면 큼지막하게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성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터지면 미국 대통령이 와도 못 도와준다.’라고 지도를 합니다. 사실 제가 그 동안 담임 교사를 하면서 운이 좋게 성 문제가 안 터졌지만, 언젠가 터질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학군(비학군지) 발령받은 선생님을 위한 팁
제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선생님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는 추측할 수 없지만, 평범한 학군에서 무난하게 잘 자란 분들이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사실 제 모교인 0000대 다닐 때도, 생각보다 가난한 집안 출신 학생들이 드물었습니다.
이렇게 무난한 환경에서 자라온 분들에게, 힘든 학군 발령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학생이 아프면 병원을 보내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열심히 수업준비해갔는데, 기초적인 국영수 실력이 안 되어서 수업을 못 알아듣는다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집에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스킬을 배우지 못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서울 근처의 학교라 지하철은 다 타본 줄 알았는데, 지하철을 탈 줄 모르는 학생들도 중학교 1학년 중 상당히 많았구요. 극단적으로는 엘레베이터 이용법을 모르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제 발령 첫 해는 그랬지만, 신축 빌라가 많아져서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요)
일반적인 가정에서 어렸을 때 해 보는 경험을 못 하고 자란 애들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학교에 처음 온 선생님이 잘 모르는 것 같으면 텃세를 심하게 부리기도 하죠.
이렇게만 쓰면 나쁜 점만 있는 것 같은데, 장점도 있습니다.
오히려 보통의 학군이나 좋은 학군보다, 학생들이 잔정이 많습니다. 래포를 형성하기는 어렵지만 한 번 형성하면, 선생님이 좀 막 해도(?) 쿨하게 넘어가는 성향을 보입니다.
다양한 경험이 적다는 것은 오히려 선생님에게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신기해하며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학원의 가스라이팅이 덜하고, 학교에 우호적인 학생이 많습니다. 나름 안정된 지역, 안정된 학군의 경우는 일부 학원이 학교를 적으로 돌리는 마케팅을 통해 학생들을 세뇌시켜 놓는데요. 비학군지의 장점이라면 학생들이 상당히 학교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우호적이고 즐겁게 참여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평균 학력이 떨어지고 공부에 관심 없다는 점은 처음에는 답답할 수 있지만, 지내다 보면 시험 관련 민원이 극도로 적고, 수업 준비에 큰 부담이 없다는 장점으로 바뀌기도 해요.
물론, 저는 새로 다른 지역에 발령나는데 어떤 학교를 고를래? 하면 비학군지 중학교는 안 가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비학군지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오히려 자기 성향에 맞는 교육활동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제가 신규 때 같이 학교에 발령나신 한 과학선생님의 경우 2년째 유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드리는 방법은 일단 적응하려 노력해 보고, 적응 안 되면 내신 써서 빠르게 다른 학교로 옮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양한 학급 행사를 하는 재미가 있다
K-고등학생들은 학기초에 상담을 하면 ‘두루두루 친해지고 싶고’, ‘재미있게 놀고 싶고’ 같은 이야기를 개인적으로는 참 많이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학급 행사를 진행해 보면, 정말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게 맞는 건가???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담임을 처음 맡았는데, 전에 있던 중학교에서는 롤링 페이퍼를 붙여 두면 알아서 다 작성을 했는데, 고등학교에서 맡은 반은 하루 종일 아무런 글도 작성되지 않더라구요.
(나중에 자기들이 눈치껏 써놓긴 했지만…)
그에 비해 중학교는 선생님이 재미있는 학급 이벤트를 준비하면, 그만큼 준비한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영수 수업은 안 들어도, 새롭고 자극적인 도파민 가득한 이벤트를 진심으로 즐기는 게 중학생들입니다.
성적에 덜 구애받는다
중학교에서도 가끔 특목고에 가야 한다며 성적 관련 민원을 하는 학부모님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등학교에서 받는 성적 관련 민원에 비하면 중학교 민원은 확실히 적은 편입니다. 애초에 학생들의 석차를 내서 9등급으로 나누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그냥 쉽게 내도 상관없는 게 중학교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내고 싶은 대로 냈다가, 나중에 1학기 A등급 받은 학생이 4%(무슨 수능 1등급도 아니고…) 밖에 되지 않아 2학기 때는 문제를 아주 쉽게 냈던 기억도 나네요.
사실 고등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특히 정보 교과는 수시에 많이 반영되지 않고 주요 교과가 아니라고, 혹은 정시 파이터라고 시작부터 던지는 학생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중학교는 가끔 예고에 진학할 거라 엔트리나 스크래치는 필요없어요 라는몇몇 학생들을 빼면 대부분 ‘활동이 재밌으면 그냥 재미있게’ 따라와주는 편이라 생각해요.
이런 상황이 담임 교사의 삶도 훨씬 편하게 만들어주는데요. 고등학교 담임같은 경우 학생 생기부를 출력하게 하고 세특을 봐주면서 보완할 점을 말해주기도 하고, 학생의 진로 및 성적 상담 등 교사가 꾸준히 공부하며 최신 지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잘 왔다 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입시 상담 같은 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학급 학생들이 무난한 편이고 별 사고가 없다면, 학교 생활과 관련해 중학교 담임 교사가 신경써야 할 건 오히려 훨씬 적을 수도 있습니다.
생기부 부담이 적다
중학교 생기부 쓰기가 어려우신 분은 고등학교로 올라오시면 절대 안 됩니다. 중학교 생기부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훨씬 널널합니다. 일부 특목고 지망생의 경우 예민하게 굴지만, 그냥 그런 학생들만 잘 써주고 나머지 학생들은 편한 마음으로 써 주면 담임이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신규 교사나 저경력 교사 같은 경우,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익숙해지면 고등학교에서는 쓸 수 없는 다양한 꿀팁들이 있어서 나중엔 중학교 생기부 정도야 부담없이 일과중에 다 쓰고 퇴근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중학교 담임 5년 후 고등학교 담임을 맡으면서 느낀 중학교 담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봤는데요. ‘중학교 VS 고등학교’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고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어서, 이왕이면 젊을 때 다른 학교급으로 옮겨서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둘 다 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학교에서 최대한 오래 근무하는 게 선생님의 행복지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