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도 경기도 용인에 신규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고군분투한 저의 신규 교사 생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
우선 저의 상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저는 프로그래밍 16시수 (8반 의무) + 인공지능 기초 4시수 (2반 선택) 총 교과 시간 20시수와 2학년 담임, 정보 부원, 교과 부장을 맡았습니다. 당장 3월에 처음 학교로 와 수업 준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매일매일 밤을 새워가며 수업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글을 읽게 되실 신규 선생님들께는 공감의 시간으로, 선배 선생님들께는 추억을 회상하는 소소한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일 년 간 경험했던 신규로서 어려웠던 순간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을
교과/담임/행정 3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교과 교사로서 느낀 점
이맘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 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던 막막했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특히 정보 교과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상대가 없었기에 혼자 머리를 싸매며 끙끙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나와 같은 신규 선생님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선배 교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을까?’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과학 사랑(컴과사) 카페와 정보쿠키 웹진을 참고하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수업 소스들을 얻어갈 수 있어서 다시 한 번 감사했습니다...
또, 저는 무엇이든 ‘일단 하면 언젠간 다 양분이 된다!’라는 약간의 마구잡이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여러 가지 연수를 적극적으로 신청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특히나 정보 과목은 트렌드에 맞추어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지기 쉽기 때문에 ‘뭐든 배우자!’라는 마인드로 접근했던 것 같아요. 이 선택에 후회는 없고, 올해도 연수를 열심히 들으며 전문성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도움이 많이 되었던 연수는 정보 교사 직무 연수 2기, 주소아 브라이틱스 AI_travel with data입니다! 후자는 아마 올해부터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ㅜㅜ 주소아도 유익했지만 정보 교사 직무 연수도 올해 다시 열린다면 또 참여하고 싶을 만큼 유의미했습니다. 연수에서 배웠던 걸 바탕으로 내년에는 C언어 대신 파이썬을 선택하여 Vpython으로 융합 수업을 해야겠다! 결심하게 되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무작정 교과서를 기반으로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는데, 정보 선생님들끼리 모인 공간에서 여러 대화를 나누어 보면 꼭 그렇게 FM식으로 진행하지 않는 게 오히려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더 좋다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조언들을 통해 반성도 많이 하고 과감하게 좋지 않은 방식을 끊어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나도 나중에는 꼭 이런 연수를 하고 싶다!’라는 욕심도 생겼어요.
농어촌 학교라 학생들 수준이 많이 높지 않고, 프로그래밍 과목 또한 선택이 아니라 2학년 전반에 깔려있는 상황이라 의지가 없는 학생들은 그냥 포기해서(ㅜㅜ) 전반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미 학원에서 함수까지 배워 이해력이 높은 학생들도 있는 반면에 타자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스마트폰이 아닌 자판을 처음 쳐본다는 학생도 있었어요. 또, 단순한 수행 평가 하나를 치르는 데에도 똑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해도 돌아서면 까먹는 학생들… 꿈꿔 왔던 이상적인 수업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뚝딱뚝딱 맞춰가는 재미와 감동도 있었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 기특하고 뿌듯했어요!
공개 수업 전날 새벽 3시까지 아이들이 피드백 요청을 해서 함께 협업했던 장면
마지막으로 제가 느낀 건 확실히 교사가 얼마나 촘촘하게 수업을 준비했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반응과 참여도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저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내년에는 좀 더 촘촘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예제들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방학 때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우선 생기부부터...)
담임 교사로서 느낀 점
제가 1년 동안 함께 했던 반은… 여학생들이 무려 29명 중 23명이나 되는 여초반이었습니다 ㅎㅎ
그래서인지 말싸움도 많았고,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감정 다툼을 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거의 매일 쉬는 시간에 “선생님, 누구랑 누구가 또 싸워요. 반에 못 들어가겠어요.”라는 말을 전해 들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서로 그룹이 갈라져 반 분위기도 냉랭하고, 화합도 잘되지 않아 조례 들어가는 게 참 힘들었어요.
학급 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반티를 어떻게 정할 것이며, 자리를 랜덤으로 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너무 사소한 일들도 예민하게 반응해서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하구나.’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수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오히려 학급 경영을 하는 게 제일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ㅜㅜ 유튜브나 블로그도 많이 찾아보고, 준비했던 이벤트들도 항상 결과가 제 마음 같지 않아서 속상한 적도 많았습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어린 학생들에게 뭔가 바라는 게 너무 큰 건가?’ 상처받기도 했지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아이들은 정말 다 알고 있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어차피 우리 반 애들은 별로 참여도도 안 좋을 거야.’하고 포기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어른스럽게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믿고, 날개를 달아주자던 초심을 그대로 간직하려 노력하려 합니다 ㅎㅎ
준비 기간 내내 싸움이 끊이지 않아 조마조마했지만, 결국은 합창제 최우수로 마무리하며 해피 엔딩
가장 반응이 좋았던 학급 이벤트!
-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폴라로이드 사진 뒷면에 서로에게 편지 쓰기(학급 우체통)
- 중간고사 우리 반 1등 과목, 자기 예상 점수 맞추기(학급 로또)
- 고2 소감 및 롤링페이퍼 쓰기+과자파티(고3 전야제)
- 시험 전 매번 컴싸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위해… 맞춤형 응원 컴싸와 샤프 선물
행정 처리에서 느낀 점
저는 교무실 내에서 ‘쌩신규!’라고 불렸는데요…ㅎㅎ 기간제 경험도 없이 바로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뛰어들게 되니 한없이 막막했습니다. 모든 게 너무 낯설었고, 출결 처리하는 법, 농어촌 전형 대상 학생들 입시 상담하는 법, 문서 등록 대장에서 검색하는 법 등등 ‘교사는 수업 준비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수업 외에도 처리할 게 이렇게 많다니!’라는 걸 새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교육 과정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교육 과정 편제 회의에서 교과 부장으로서 참석할 때 마찰도 정말 많았고, 심적으로 부담이 너무 커서 힘들었습니다…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신규로서 눈치도 많이 보여 타 학교의 여러 정보 선생님들께 겨우 자문을 구했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시수가 감소되는 씁쓸한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고, 교육 과정을 좀 더 피부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무의식 중에 신규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하자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는데, 반성하고 좀 더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결국 목소리를 내야 변화가 생기더라구요(ㅜㅜ)
저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딱딱 맞춰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시간이 지나 대략적인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에는 MDM 관리, 에듀파인, 나이스에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관리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물론 여전히 옆자리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지만…!)
끝 마치며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버거울 때도 많았지만
방학과 동시에 힘듦이 싸악- 사라지고 이미 기억이 미화된 듯합니다 ㅎㅎㅎ
힘들었던 순간보다 뿌듯하고 행복했던 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학교생활의 복잡한 구조와 낯선 업무에 치이며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분명 그 속에서 얻은 보람과 기쁨이 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규 교사에 대한 최근 뉴스들이 마음 아픈 요즘이지만,
끊임없는 열정과 성장을 통해 앞으로 더 나은 교육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신규 선생님들 함께 파이팅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