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콤쌤입니다.
분주했던 3월이 어느덧 지나고, 4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는 역사 수업을 하며 아이들이 역사 속에서 참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며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늘 소망해 왔습니다. 그래서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정보 활용 역량을 접목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배움이 삶으로 이어지도록 지도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 2학년 세계사 수업에서는 세계지도를 함께 읽으며 시공간 속에서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는 역사를 단순히 ‘기억해야 할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살아 있는 이야기’로 경험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역사+정보 교과 융합수업, 「Canva를 활용한 3단 팸플릿 제작 프로젝트」였습니다.
1. “선생님, 제가 좋아하는 나라를 해도 되나요?”
프로젝트의 출발은 단순했습니다.
아이들은 세계사 단원에서 배운 내용과 연결하여,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를 직접 선택해 탐구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 호기심을 검색하면 나오는 지식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지 않도록 단순히 해당 국가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을 반드시 한 면 이상 포함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보를 소비하는 '관광객'의 시선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사가(史家)'의 시선으로 이동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미국 독립혁명을 배우며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고, 이를 현대 미국의 인권 문제와 연결해 팸플릿의 한 면을 할애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통해 인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비극을 전달하기 위해 화려한 효과 대신 무채색의 톤을 선택하는 디자인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누군가는 꼭 가 보고 싶었던 스페인을 선택했고, 또 다른 학생은 메이지 유신 시기의 일본을 파고들며 근대화 이면에 숨겨진 주변국과의 관계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이 순간, 수업은 단순히 주어진 틀 안에서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을 출발점으로 삼아 스스로 탐구하고 발견하는 배움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국가의 역사적 흐름과 주요 인물을 정리하고,
지리적 특징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건축, 음식, 종교, 예술 등 문화적 요소를 조사하며 오늘날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이 나라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질문이 던져진 순간, 학생들의 사고는 ‘정리’에서 ‘전달’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 학생들이 직접 제작 완성한 3단 팸플릿
2. 역사 수업에서 디자인을 묻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발표 자료 제작이 아니라, Canva를 활용한 3단 팸플릿 제작이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Canva는 다양한 템플릿을 제공해 접근성이 높지만, 처음 사용하는 학생들에게는 기능을 익히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3단 팸플릿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형식입니다. 제한된 여섯 면의 지면 안에 핵심을 담아야 하기에, 저는 아이들에게 각 면의 역할을 논리적으로 설계하도록 가이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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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1면)에는 독자의 시선을 끄는 '이미지와 타이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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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2면)에는 전체 내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나 목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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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면(3-5면)에는 역사, 인물, 지리, 문화 등의 주요 주제를 시각적으로 위계화하여 배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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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바닥면(6면)에는 이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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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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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쳤을 때 사람의 시선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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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많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내용을 충실히 담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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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과 폰트는 그 나라의 분위기나 관련 주제와 어울리는가?
흑인 노예 무역 폐지를 이끈 윌버포스를 조사하던 한 학생은 '선생님, 그림 한 장이 백 마디 글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주네요'라며 텍스트를 줄이고 여백을 살리는 디자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역사적 사고와 디지털 사고가 만납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선별하는 능력,
맥락을 이해하고 내용을 구조화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시각적으로 설계하는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주어진 템플릿을 활용하는 활동을 넘어,
의미 있는 정보를 목적에 맞게 설계하는 힘을 기르는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3. 교실에서 일어난 변화
2년 간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제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학생들의 태도였습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생각보다 두려움이 적었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즐겼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크리에이터의 자질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학생들의 작품을 컬러로 출력해 교실에 전시합니다. 작은 전시 공간이 마련되는 순간, 교실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팸플릿을 꼼꼼히 살펴보며 감탄하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나누고, 역사적 해석의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배워 가는 시간이 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학생들이 더 이상 ‘과제를 제출한 학생’이 아니라 ‘작품을 발표하는 창작자’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선택과 해석, 디자인 의도가 담긴 결과물을 설명하며 자부심을 드러냈고, 친구들의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전시 시간은 단순한 마무리 활동이 아니라, 배움이 공동체 안에서 확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사를 배우는 교실이 창작자들을 위한 작은 전시장이 되었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서로의 관점과 표현 방식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4. 교사로서의 배움
이 수업은 학생들 뿐 아니라 저에게도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저는 학생들의 작업에 필요한 기능을 설명하고, 모르는 부분을 안내하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들이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스스로 발견하고 적용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협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진정한 배움의 장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디자인 수정에 함몰되어 역사적 사실 관계를 놓칠 때면, 저는 슬쩍 다가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인물이 이 사건에서 정말 이런 표정이었을까?” 이 질문 하나가 아이들을 다시 사료(史料)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할 수 있었고, 단순한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의 노력과 시도를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가르치는 사람’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교실은 더 이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발견을 나누는 공동의 탐구 공간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시도와 실험을 존중하면서, 저 역시 완벽하게 준비된 교사이기보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교육자로서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교사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5. 역사를 통한 디지털 사고력
디지털 사고력(Digital Thinking)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기술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과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창의적·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분해하고, 패턴을 찾아내며, 추상화하여, 알고리즘(절차)을 만들어내는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포함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적 경쟁력입니다.
그러나 역사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정의하게 된 ‘디지털 사고력’은 단순한 기술 숙련도가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별하고, 이를 구조화하여 의미를 만들어 내며, 타인의 관점을 고려해 재구성하며 창의적이고 시각적으로 설계하는 힘, 이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적 사고가 바로 디지털 사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예쁜 템플릿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전달하기 위해 왜 화려한 색감 대신 무채색의 톤을 선택했는지', '긴 글의 내용을 어떻게 아이콘 3개로 단순화(추상화)해서 정리를 했는지' 그 고민의 과정이 곧 디지털 사고력의 핵심입니다.
6. 마무리를 하며
역사 3단 팸플릿 프로젝트는 어쩌면 거창한 혁신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는 분명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하게 수동적으로 정보를 정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하며 자신만의 역사 이야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역사 수업 안에서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설계하는 수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배우되, 그 배움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도전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 작은 시도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께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계신 각자의 교실에서 또 다른 형태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융합 수업이 피어나길 기도합니다.





